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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2009/02/08

언제 쓴 독후감인지 모름.


내 책 표지는 예쁜 놈이 아니고 촌스러운 버전이다. 무슨 특판 행사용으로 찍혔는지 갱지같은 종이질이다. 티비에서 소개된 이후로 와장창 팔리면서 책 표지가 교체되었나보다.


통근버스를 타면 시체모드로 가사상태에 빠져있다가 인터체인지쯤에서 좀비모드로 깨곤 한다.

한달 전 쯤에 첫 장만 펴보았던, 내내 가방 속에만 있던 책인데, 어제 퇴근 버스에서 잠시 폈다가는 한 번에 읽어버렸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공지영은 원래 좋아하지 않는 작가다. 이유는 기억이 안 난다. 예전엔 무슨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고등어를 읽었을 때도 그렇고, 이상문학상인가 연말 연초에 나오는 수상 작품집에서 읽은 어떤 단편에서도 무언가의 찜찜함을 받았다.

희미한 기억들이라 그 찜찜함의 정체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일종의 오만함이나, 치열했던 시절의 무용담을 과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도 같다.

잘은 모르겠다. 그냥 편견같이 남아 있던 것들.

. . .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치열한 페미니즘 작가라는 수식 외에 탁월한 스토리텔러라는 치장 하나를 더 얹어도 될 것 같다.

간간히 조세희의 일명 난쏘공의 고난한 정경과 오버랩된다. 작품속 화자는 신흥 중산층의 소녀이지만 봉순이 언니의 고난한 삶, 포기하지 않는 희망, 절망스런 현실이 겹쳐 보인다.

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기는 얼마나 쉬운가라는 구절을 내보이듯 끝내 절망속에도 피어나는 희망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가 소설은 끝이 난다.

그냥 관조적일 뿐인 이 비참한 절망 속의 희망의 씨앗은 느닷없이 중산층이 되버린 한 가족의 허영과 맞물려서 더 안 쓰럽다.

왜 밥을 먹지 않고 빵을 먹냐는, 아빠가 미국 사람들은 빵을 먹는다는, 그 대사는 나의 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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